* 시나리오에 대한 스포일러.
CoC Fanmade 타이만 시나리오
생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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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아메무라 라무다 (모찌)
PC 유메노 겐타로 (멜롱)
창문도 시계도 없어 며칠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어요.
처음 눈을 떴을 때 족쇄로 구속됐었던 손발목은 자유로워져 있습니다.
낡은 건물인지 문에는 우유 투입구가 달려 있어요.
투입구 사이로 웬 손이 튀어나와 통조림 수프나 시리얼 따위가 든 식판을 건넵니다.
당신은 언제 묶였던 거고 어째서 풀려 있는 거죠?
뭐가 됐든 움직일 수 있으니 움직인다면 알게 되겠죠.
유메노 겐타로:(묶여있던 제 손목을 잠시 풀어주듯 만지작거리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흐린 빛을 뿜는 백열등은 간헐적으로 점멸합니다.
당신이 일어난 낡은 매트리스는 스프링이 고장났습니다.
한쪽 벽에서 냄새가 심하게 풍겨오고 있습니다.
냄새가 나는 쪽의 반대편 구석엔 접의식 의자와 서랍이 없는 책상이 있습니다.
문 앞에는 방금 전 누군가가 두고 간 식판이 있습니다.
통조림 토마토 수프를 노리고 파리가 윙윙 날아다닙니다.
유메노 겐타로:윽. (냄새가 나는 벽을 외면하고 책상 위 동화책을 살펴본다)
백설공주, 인어공주, 피노키오 같은 평범한 동화책입니다.
유메노 겐타로:왜 이런 책들이 여기에 있는 걸까요... (의자에는 뭐 없나 한번 기웃거려봅니다.)
유메노 겐타로:(일단 눈여겨 봐 두고 수프 쪽으로 가봅니다.)
통조림과 시리얼 위로 천장의 석면이 잔뜩 떨어지는 게 보입니다.
…이대로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메노 겐타로:(먹다가 죽는 거 아니냐는 생각 조금 들고,,,)
...남은 건 저 벽 뿐이려나요. (한숨 쉬고 코 막은 채 벽으로 다가가 봅니다.)
겐타로가 벽으로 다가갈수록 끔찍한 악취가 납니다.
유메노 겐타로:벽 뒤에 시체라도 있는 걸까요? (농같지 않은 농 한번 해 본다...)
(수프 뒤에 있는 문 한번 통통 두들겨 보고)
통통 두드리면, 밖에서 약간의 인기척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가구의 배치를 보아서는 어딘가의 거실 같습니다.
유메노 겐타로:... ...네. (말을 걸어오는 것에 얼떨결에 대답했다. 안도, 밖도 온통 처음보는 공간에 처음보는 사람이라... 대체, 여기는 어디인지.)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계신가요?
아메무라 라무다:으음... 여기는 어떤 사람의 집이야. 어떤 사람인지는 나도 아는 게 없어서 못 알려주겠당. 미안해? (네 모습에 마음이 놓였는지 희미하게 웃고는 걸려 있던 체인을 제거해준다.)
나올래? 그 방 좁고 불편하지.
유메노 겐타로:(체인이 제거되어 비로소 열렸다고 할 수 있는 문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혹시 아까 방의 벽에서 나던 악취가 여기서는 나지 않을까 한 번 냄새 킁, 맡아보고) 네에, 아무래도 그런 편이였죠. 참, 당신은 누군가요? 왜 여기에?
아메무라 라무다:(편히 나오도록 두어 걸음 물러서서 뒷짐을 지고 선다. 그러다가 아까부터 자신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겐타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또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되었나 싶었는데, 저 표정은...) 혹시나 하는데 겐타로 내가 누군지 몰라?
유메노 겐타로:(당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치 소생이 당신을 알고 있는 게 맞다는 듯한 말투네요. 그리고 당신 또한 소생을 아는 것만 같고요.
(눈을 두어 번 끔뻑거리고는 곤란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미안하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아요.
아메무라 라무다:......그렇구나.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이지만 겨우 한 마디만 내뱉는다. 마냥 둥글던 눈꼬리가 낮게 내려가 침울한 표정이 되지만, 곧 밝은 기색으로 겐타로 팔에 덥석 매달린다.)
걱정 마, 나는 겐타로 편이니까. 망가진 매트리스에서 자느라 피곤했지? 여기여기 앉아.
천장에 파이프와 환기구가 달려 있고, 이곳에도 창문은 없군요.
식사를 하기 위한 테이블, 소파, 간이침대, 장식장…
테이블 위에는 짹짹거리는 카나리아가 새장 속에서 뛰어다니고 있네요.
한쪽 방의 문에는 부서진 책상 따위의 쓰레기 더미가 잔뜩 올려져 있습니다.
거실의 한쪽 벽면에 철문이 있지만 보란듯이 자물쇠로 잠겨 있네요.
낯선 이에게 이끌려 소파에 앉으면 푹신합니다.
유메노 겐타로:(이 곳은... 딱히 이 곳에서 지낼 사람을 신경 쓴 듯한 모양새는 아니군요. 그런 생각을 하고 옆에 있는 라무다 빤히 쳐다보았다.)
제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다시 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당신은 어떤가요? 뭐, 소생은 자기소개를 하기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상태지만서도.
아메무라 라무다:(같이 있는 게 어지간히도 기쁜지 옆에 찰싹 붙어서 저도 모르게 다리를 흔든다. 네가 기억을 잃었음을 확실히 밝혔는데도,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는 스킨십에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그건 나에 대해서 궁금하단 소리?
유메노 겐타로:뭐, 그런 뜻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어찌되었든 이 곳에는 저희 둘만 있는 것 같고.
아메무라 라무다:나는 아메무라 라무다야. 너는 유메노 겐타로. (한 글자씩 끊어가며 똑똑히 발음하더니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빠안히 바라본다.)
겐타로는 내 소중하고 소중한 폿세라구?
유메노 겐타로:(네 이야기 가만히 듣고는) 후후, 소생도 어지간히 특이한 이름을 쓰고 있군요. 뭐,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인 것 같지만요.
그래서, 라무다. 다시 한 번 묻는 거지만, 정말로 이곳이 어디인지는 당신도 모르는 건가요?
아메무라 라무다:(눈을 옆으로 굴리며 조금 고민하더니)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두 개가 있는데 뭐부터 듣고 싶어? (네 질문에 답하는 대신 똑같이 질문으로 돌려준다.)
유메노 겐타로:음, ...나쁜 소식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메무라 라무다:그건 말이야. ...지금 바깥이 전쟁 중이라는 거야. 살아남은 건 나랑 겐타로 밖에 없어.
밖의 공기도 안 좋아져서 만일 나갔다간 3분도 못 버티고 죽어버릴 거야. 게다가 여긴 마땅한 무기도 없으니까.
유메노 겐타로:... ...전쟁이라. 확실히 좋은 울림은 아니군요. 3차 대전이 일어난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진 않았는데...
그렇다면, 좋은 소식은 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아메무라 라무다:다행히 이 집에는 모아둔 식량이 있더라구. 반 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나랑 당분간 여기 있다가 진정되면 나가자.
기억상실도 그저 일시적인 현상일 거야. 그래도 나랑 같이 있으면 분명 돌아올 거니까!
그러니까, 나를 믿어줘.
유메노 겐타로:
(To GM)rolling 1d100<50 (심리학)
=
1 Success
유메노 겐타로:... ... (솔직히, 그를 완벽히 믿을 수 있는가? 라고 물으면 네, 라고 바로 대답할 수는 없겠죠. 그야, 라무다는 이쪽을 아는 것 처럼 군다고는 하지만, 소생은 그를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도...)
네, 믿을게요. 라무다. (한 번쯤은 운에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아메무라 라무다:정말...? (네가 확실히 말해주자 오히려 이쪽이 놀란 표정이다. 초반에는 서로를 경계하고 은밀히 뒷조사나 하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말 몇마디로 믿어줄 사이가 된 건가 싶어 기쁜 감정이 스물스물 밀려온다. 배시시 웃고는 널 꼬옥 껴안아)
겐타로, 좋아해~.
유메노 겐타로:네, 네. (저를 안은 라무다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면서도 뭘 하면 좋을지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라무다. 혹시 이곳을 먼저 살펴 보았다던가 하지는 않았나요? 여기에서 반년동안 지내야 한다면, 미리 익숙해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해서, 만약 둘러보지 않았다면 같이 조사해 보는 건 어떨까 해서요.
아메무라 라무다:응응, 좋아. 나도 겐타로를 신경 쓰느라 자세히 구석구석 보진 않았거든.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리에 두른 팔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시선이 아주 잠깐 쓰레기더미 쪽을 향했다가, 그 반대편을 가리킨다.)
저어기부터 가볼까?
유메노 겐타로:(라무다가 일어서는 것을 전부 지켜본 뒤에야 자신도 느긋하게 일어섰다.) 그러도록 할까요. 어느 쪽부터 살펴보던간에, 소생은 전부 처음 보는 것이니까요.
(라무다가 가리킨 곳으로 걸어갑니다.)
아메무라 라무다:(두 팔을 벌리고 뜀박질하듯이 총총 걸어가서는 문을 연다.) 벌컥~!
먹을 거라곤 통조림, 통조림, 통조림, 가끔 시리얼… 뿐이네요.
벽의 3면을 빼곡하게 선반이 채우고 있고, 중앙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선반이 놓였습니다.
마치 작은 도서관 같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네요.
포대자루나 작은 상자 같은 것도 중간중간에 있습니다.
창고의 안쪽에는 나무 쪽문 하나가 달려 있습니다.
유메노 겐타로:식료품 창고... 같은 느낌이군요. 라무다. 저 안에 있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궁금하지 않나요? (창고 안 둘러보다가 쪽문 부근 가리키며 말한다)
아메무라 라무다:(겐타로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슉 향하더니) 저쪽에도 먹을 게 있으려나? 이왕이면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게 나와주면 좋겠는데.
유메노 겐타로:후후, 라무다는 단 것을 꽤나 좋아하나보네요. 정말로 그런 게 나와준다면 소생도 제법 반갑다고 느낄지도. (쪽문이 열리는지 한번 건들어 봅니다.)
아메무라 라무다:그야 단 걸 입에 넣으면 기분이 해피해지잖아? (싱글싱글 웃으며 겐타로의 뒤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나무로 되어있어서... 부수려고 마음을 먹으면 부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유메노 겐타로:이런, 아무래도 이쪽으로 더 파고들기는 힘들 것 같아요. 부순다면 어찌저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주변에 둔기 같은 것이 없는지 둘러보기라도 할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약간 심통난 표정으로 문을 통통 두드린다.) x카츄처럼 몸통박치기! ...로 해결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그런 걸 했다간 겐타로가 산산조각 날 테니까.
어쩔 수 없네~. 뭐라도 휘두를 수 있는 걸 찾아보자.
유메노 겐타로:(손으로 턱 짚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까 거실에 있던 쓰레기 더미에 무언가 쓸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쪽으로 한번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아메무라 라무다:어? ...아아, 거기. 냄새도 지독하고 더러운 거 투성이던데 괜찮겠어?
유메노 겐타로:음... 솔직히 조금 꺼려지기는 하지만, 별다른 수가 있어 보이지는 않으니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으응. (어딘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인다. 쪽문의 손잡이를 몇 번 더 찰칵찰칵 돌려보다 가망이 없다고 느꼈는지 한숨을 푹 내쉰다.)
그래. 가보자.
유메노 겐타로:(라무다를 슬쩍 보고는 쓰레기 더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역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모양이네요. 아까 있던 방의 벽 건너의 것과 관련이 있으면 좋으련만.)
더미에는 부서진 책상조각이나 그외의 자잘자잘한 쓰레기들이 모여 있습니다.
유메노 겐타로:이정도면 당장은 쓸만하겠네요. 다시 가 보죠. (다시 창고 안으로 가서 당장 쪽문 내려 칠 준비 합니다...)
아메무라 라무다:......괜찮아, 겐타로. 나는 아무것도 못 봤어. (슬쩍 고개 돌림)
유메노 겐타로:(조금 억울함!) ...생각보다 단단하네요.
아메무라 라무다:내가 해볼까? (자기를 가리키면서 빙긋 웃는다.)
유메노 겐타로: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서 슬쩍 나무조각 건네주기)
아메무라 라무다:(두 손을 내밀어 비장한 표정으로 건네받는다. 입을 꾸악 다물고는) 에잇!
유메노 겐타로:(못본 척 옆에 보고 콧노래 부르고 있기)
아메무라 라무다:(곧바로 조각을 떨어뜨리고는 울먹이며 손을 휘휘 젓는다.) 으앙, 손목 아파!
유메노 겐타로:이런, 아무래도 이 문을 여는건 조금 보류하는게 낫겠네요. (라무다에게 다가가서 손목 괜찮은지 봐 줍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싱글싱글 웃으며 손을 맡긴다. 걱정해주는 게 그저 좋은 모양.) 그럼 당분간은 세 끼 전부 통조림이겠네. 다이스라면 이거라도 어디냐며 좋아했겠지만.
유메노 겐타로:(상처가 있지는 않은 것 같아 손목 놓아주고...) 일단 식량 걱정은 없는 상태였으니 저 문은 천천히 여는 것으로 하고...
다음은 어디를 살펴볼까요?
소리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든 말든 갑자기 천장이 진동합니다.
결국 한쪽 벽면에서 선반이 당신 쪽으로 무너집니다.
마치 눈앞에서 폭탄이라도 터지는 것 같아요. 귀가 멍멍합니다.
와르르 무너진 통조림들은 한쪽이 찌그러져 있고, 포대기는 터져 비료 냄새가 납니다.
유메노 겐타로:...이런 게 왜 여기에? 전쟁 통이니 이상하진 않을지도.
아메무라 라무다:겐타로! (넘어진 선반이 너머의 겐타로를 가리자 빙 돌아서 후다닥 뒤쪽으로 돌아간다.)
괜찮아? 안 다쳤어? (무릎을 푹 굽혀 앉아 걱정 한 가득인 얼굴로 바라본다.)
유메노 겐타로:아, 라무다. (총 소매 속에 넣고 달려오는 라무다 바라본다.)
소생은 괜찮아요. 그러는 당신은 다치지는 않았나요?
아메무라 라무다:응... 나한테 넘어지진 않아서.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손을 내밀어 일으켜준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는지 불안한 눈길로 널 살피더니)
거실로 돌아가자. 아까 같은 진동이 또 올지도 모르니까.
유메노 겐타로:...좋아요. 솔직히 여기에 더 있자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 (라무다 손 슬쩍 잡고 거실로 나갑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자연스레 힘을 줘 맞잡고는 거실로 발을 서두른다.)
라무다는 발로 유리파편을 쓰레기더미 쪽으로 대강 밀어둡니다.
저 구역을 쓰레기통으로 삼았다고 말하는 것처럼요.
유메노 겐타로:(저 쓰레기들 중 어느 정도는 라무다가 쌓았겠구나 생각하는 중...)
(아까 테이블 위에 있던 카나리아들 멀쩡한가 잠깐 보고) 음... 이 상황에서 더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카나리아의 움직임은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유메노 겐타로:...기계 카나리아라니, 그래서 이 난리통에도 별 다른 피해가 없던 걸까요. 라무다, 이것 좀 봐요. 이 새들은 기계인 것 같은데. 라무다는 알고 있었나요?
아메무라 라무다:(쪼르르 따라가서 테이블에 두 팔을 짚고 카나리아를 들여다본다.) 응응, 알고 있었어. 살아있지 않아도 귀엽네~ 하고 생각했거든. 이 집주인도 그래서 가져다 놓은 걸까?
유메노 겐타로: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밖의 상황도 영 좋지 않고, 함께 지내며 소중히 대하던 것이 약해지고, 사라지는 것 보다는 차라리 중간중간 정비를 해 주며 죽을 때까지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이 나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라니, 소생도 제법 감성적이게 된 것 같네요. 어쩌면 원래 이랬을지도.)
아직 살펴보지 않은 게 뭐가 있었죠?
아메무라 라무다:(무슨 심정인지 알기 어려운 시선으로 짹짹 울고만 있는 카나리아를 바라본다. 겐타로의 질문에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귀로 넘기며 철문을 힐끗 본다. 쓰레기 더미로 가려진 방은 고려사항에도 두지 않고) 남은 건 저 철문 뿐이네. 나 열쇠 있어.
유메노 겐타로:...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라무다가 저 쓰레기더미 너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척 봐도 알겠군요. 뭐, 우선은 어울려 줄까요.)
열쇠가 있다니, 열어달라고 부탁해도 되는 걸까요?
아메무라 라무다:딱히 부탁하지 않아도 열어줄 거지만... 아, 그래도 겐타로가
제발 열어주세요~ 하고 애원하는 건 좀 보고 싶을지도!
유메노 겐타로:어머, 라무다는 소첩이 라무다에게 부디, 저 문을 열어주실 수 있나요...? 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고 싶으신 건가요? (방금까지와 다르게 높은 톤으로 마치 연극을 하는 것 마냥 말한다.)
아메무라 라무다:아하하! 겐타로는 기억을 잃어도 역시 겐타로구나. (평소처럼 넉살스레 연기를 하는 겐타로를 보고 해맑게 웃더니 손을 덥석 쥔다. 눈매를 곱게 휘며 겐타로와 눈을 마주치더니
열쇠를 쥐어주고는 다시 손을 거둔다.) 자, 이건 내 억지에 어울려준 답례.
유메노 겐타로:(제 앞에 있는 이와 열쇠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후후, 하고 웃었다.) 고마워요, 라무다.
(그러곤 바로 철문 열어보려 시도한다.)
여전히 환기구와 파이프들이 천장에 달려 있고,
전력은 발전기를 통해 얻는군요. 라무다가 열심히 돌려놨나 봅니다.
평범한 철문들이며 이곳에도 현관처럼 생긴 문은 없습니다.
유메노 겐타로:(문이 왜 이렇게 많나 싶은 생각 해보고...) 어느 쪽 문으로 가는게 좋을까요... 이거 참, 선택지가 너무 많아도 문제라는게 새삼 체감이 되는 순간이 올 줄이야.
아메무라 라무다:어느것을고를까요알아맞춰보세요... (고민하는 겐타로 옆에서 검지를 허공에 휘저으며 중얼중얼)
2
...빨주노초파남보. 가운데 문이래, 겐타로!
유메노 겐타로:그렇다면 가운데 문으로 가 보죠. (문 열어본다)
다만 조금 삐걱거리네요. 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에서는 약간의 거름이 섞인 흙냄새가 납니다.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건지 잡초마저 시들시들합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땅을 처음부터 갈아엎어야 할 겁니다.
벽면에는 온도조절장치가 붙어 있는데, 전력은 이미 떨어진 것 같습니다.
통로에 있는 발전기를 돌릴 생각을 하자니 벌써 아찔하군요.
유메노 겐타로:이런 곳에서도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기르고 있었다니... 전에 이곳에 있던 사람은 꽤나 부지런했나 보네요. 아니면, 그냥 채소가 너무 먹고 싶었을지도? (뒷 말은 농담조로 말을 흐렸다.)
아메무라 라무다:그럴 지도 모르겠네! 그나저나 집 안에 텃밭이라니 신기해~. 식량을 모아둔 것도 그렇고, 어쩌면 이 사람은 예전부터 이런 상황이 될 걸 예상하고 있었나봐.
유메노 겐타로:예언자라도 되는 사람이었을까요? 뭐, 이제와서 그걸 확인해 줄 사람은 없지만. 이 방에서 볼 수 있는건 다 본 것 같네요. 다른 방으로 가 볼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좋아. 다음은 겐타로가 정해줘! (시든 잡초들을 손가락으로 휘휘 건들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낡은 거울이 하나 달려 있고 민트색의 대리석이 깔려 있습니다.
공간 자체가 좁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비위생적이고 냄새도 납니다.
화장실 구석에는 작은 물탱크가 있고 바가지가 걸려 있습니다.
다행히 깨끗한 물이니… 씻는다면 샤워기 대신 이걸 써야겠네요.
유메노 겐타로:윽, 여기는 화장실처럼 보이는데... 방치되어서 그런지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네요. 씻을 곳을 찾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편이 나을지도...
그리 오래 있고 싶지는 않으니 어서 자리를 뜨도록 할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으에... 이런 곳에서 씻어야 하는 거야? 절대 사양하고 싶은데. (여태 보인 얼굴 중 가장 솔직하게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얼른 튀어나와 문을 닫는다.)
유메노 겐타로:(라무다가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오고) 소생도 이런 곳에서 씻는건 사양이예요. 남은 문이나 마저 열러 가 보죠.
천장에 매달려있던 파이프들이 이 기계에 잔뜩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파이프는 작은 문 위의 벽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바깥의 공기를 여과하는 기계겠죠.
레버 하나가 올라가 있고 작동 중인지 기계 특유의 웅웅 소리가 납니다.
문에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유리가 붙어 있습니다.
아주 두껍고 맨손으로는 부술 수 없어 보입니다.
바깥은 흐린 빛만이 겨우 비칠 뿐 그 너머는 제대로 투영되지도 않습니다.
유메노 겐타로:(저 기계가 고장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잠시 하다가 고개 설레 젓고) 유일하게 밖에 보이는 곳인 것 같아 조금 흥미로웠는데, 제대로 비치지는 않네요. 그나저나, 이런 게 있을 정도면 아까 라무다가 한 말이 정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곳을 좀 더 살펴보면 알 수 있으려나요.
아메무라 라무다:당연하지~. 내가 겐타로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파이프를 따라 손가락을 쭉 이동시키다가 발돋움을 해 문에 달린 창을 들여다본다. 아무리 눈을 찡그려도 밖이 보이지 않자 묘하게 안심한 표정을 지어)
소리는 쓰레기 더미 너머의 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유메노 겐타로:(소리의 원인을 알아보려면 쓰레기 더미를 치워야 하겠네요. 저 많은걸 다 치울수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뭐,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까요.)
(쓰레기 더미 쪽으로 가 봅니다.)
쓰레기 더미는 생각보다 차곡차곡, 높이 쌓여 있어서 잘못 건드렸다간 대참사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겐타로를 허둥지둥 따라온다. 조금 불안한 기색으로 한 발자국 뒤에 서 있더니, 스을쩍 다가가 팔짱을 낀다.) 저기, 겐타로... 뭐하려구?
나무 쪽문도 못 부수는 두 사람이 벽을 부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메노 겐타로:(믿져야 본전이라고, 처음 깨어난 곳으로 가 봅니다.)
따라서 들어온 라무다가 전혀 줄지 않은 음식을 보고 깜짝 놀라네요.
아메무라 라무다:어, 겐타로 밥 안 먹었어? 안 배고파?
유메노 겐타로:그런것도 있고, 처음 살펴봤을 때 천장의 석면이 우수수, 하는걸 봐 버려서요... (천장 가리키고)
지금은 해야할 것 같은 일이 있기도 하고요. (원인 불명의 냄새가 나는 얇은 벽 바라봅니다...)
아메무라 라무다:그럼 나랑 밥 먹으러 가자! 서두르는 것도 좋지만, 배가 고프면 해결될 일도 안 된다고? 응? (꼬옥 매달려 벽을 바라보는 겐타로의 시선을 억지로 돌린다. 태연하게 순진한 미소를 띄우며 조르듯 팔에 힘을 준다.)
(저에게 매달린 라무다 빤히 바라보다 한숨 푹 쉬고는) 그래요. 일단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 해 드리도록 하죠.
아메무라 라무다:얏호~ 역시 겐타로! 자자, 소파에 앉아있어. 내가 최대한 맛있어 보이는 통조림으로 골라올게. 아, 시리얼 쪽이 좋아? (거실로 나오며 문을 자연스레 밀어닫는다. 행동이 수상하다고 겐타로에게 들켰다는 건 이미 알지만, 그런 티를 숨길 여유도 없이 급하게 다른 말을 줄줄 이어가면서.)
유메노 겐타로:통조림 쪽으로 부탁할게요. (쉴 세도 없이 말을 이어가는 라무다를 향해 웃어보이고는, 제 소매 속에 넣었던 총을 슬쩍, 보았다. 어쩌면 이걸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아메무라 라무다:(창고로 쏙 들어가더니 서두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통조림 수프를 챙겨나온다. 겐타로 옆에 바짝 앉아서는 용케 테이블에서 안 떨어진 포크를 건네준다.) 차린 건 없어도 맛있게 먹어 겐타로. 여기서 나가게 되면 내가 엄~청 고급 뷔페에 데려가줄게!
유메노 겐타로:세계가 망한 뒤의 뷔페라. 기대해도 좋겠네요. (포크를 건네받고는 통조림을 깐다.)
라무다는 안 먹나요?
아메무라 라무다:응, 나는 별로 입맛이 없어서. 겐타로가 옆에서 같이 먹어줘야 안심하는 타입이라면 먹어줄 순 있는데~.
유메노 겐타로:후후. 그렇게 어린아이는 아니라서요. 오히려 라무다가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편이라면 같이 있어줄 수는 있어요. (웃어보이고는 수프를 먹기 시작한다)
아메무라 라무다:에헤헤, 겐타로는 나를 잘 아네. 사실 기억 잃었단 것도 거짓말 아니야? 지금 말하면 용서해줄게. (비시시 웃으면서 두 손으로 턱을 짚곤 수프를 떠먹는 겐타로를 부담스러울 만큼 빤히 바라본다.)
유메노 겐타로:네, 거짓말이예요. ...라고 하고는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거짓말이 아니랍니다? (옆에서 쳐다보는 라무다의 시선에 가끔씩 화답해주며 수프를 어느정도 먹고는, 3분의 1쯤 남았을 때 식기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어느정도 배부르네요. 고마워요, 라무다.
아메무라 라무다:(잠시 가라앉은 표정을 지었다가도 겐타로와 시선이 맞을 때만큼은 살랑살랑 눈웃음을 짓는다. 머리를 베베 꼬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식기를 내려두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아직 조금 남았는데? 음식을 남기면 나중에 죽었을 때 무서운 염라대왕님이 혼낸대.
유메노 겐타로:그건 참 무서운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배가 불러서요. (라무다를 쳐다보면서도 간간히 깨어났던 방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중에 먹어도 괜찮겠죠.
아메무라 라무다:그래. 무리해서 먹는 것도 몸에 안 좋으니까. (더 핑계댈 말이 떨어지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저 방이 신경 쓰여?
유메노 겐타로:솔직히 말하자면... 네. 무척이나요. 제가 줄곧 가지고 있는 의문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아메무라 라무다:이런 곳에선 거짓말 안 해주는구나. 솔직한 겐타로는 좋아. (그 말에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더니 괜히 입술을 만지작거린다.)
...겐타로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유메노 겐타로:그렇게 말해준다면야. (말 없이 라무다를 보고 있다가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벽 부수는 시도 해봅니다.)
유메노 겐타로:(그건 좀 무서우니 아까 쓰던 나무조각이라도 가져옵니다.)
(접이식 의자 씁니다,,,)
유메노 겐타로:(차라리 될 때까지 내리쳐야 하나 생각중...)
유메노 겐타로:(좀,,, 세상 잃은것같고,,,)
(겐타로야 나 좀 글타)
아메무라 라무다:(방에서 몇 번이나 애쓰는 소리가 들려오자 슬쩍 들어와본다.) ......겐타로.
유메노 겐타로:(헛숨 들이쉬고 내쉰다.) 하하...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평소에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둘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메무라 라무다:겐타로~... 직업상 앉아있는 시간이 긴 건 알지만, 운동도 중요하다고? (정말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눈빛.)
유메노 겐타로:어라, 그건 라무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라무다도 소생만큼 앉아있는 시간이 길 것 같은데요.
아메무라 라무다:그건... 음, 그렇네. 나도 남에게 말할 처지는 아닐지도. (볼을 긁적이더니 눈을 살짝 크게 뜬다.)
아, 그럼 여기서 살아나가면 나랑 운동이라도 하자~ 조깅이라든지, 등산이라든지!
유메노 겐타로:(살아서 나간다는 부분을 유독 강조하는 것 같아 신경쓰였다. 알고 있는 것도, 알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으니 어떻게 생각하든 그저 추측이 될 뿐이지만...)
네. 살아 나간다면 말이예요. 그 전에 이 벽을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아까 전 상황 생각하고 조용히 한숨 쉰다)
아메무라 라무다:둘이서 같이 공격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가지고 온 나무조각을 이리저리 살핀다. 아직 멀쩡하단 걸 겐타로에게 보여주고는) 사실 난 여길 열고 싶지 않지만...겐타로는 어떡해서라도 보고 싶은 거잖아?
그럼 도와줄게.
유메노 겐타로:라무다... ... 고마워요. 도와준다고 말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그럼, 가볼까요.
(또,,, 내려칩니다 ,, ,, ,)
그럼 둘이서 보너스 주사위로 굴려봅시다ㅋㅋㅋㅋ
그래도 그동안 겐타로의 노력이 허사는 아니었던 걸까요?
안에서 금이 가 있던 벽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노이즈 섞인 잡음과 함께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이게 대체 무슨 냄새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알 수 있습니다.
검푸른 살 위로 날벌레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습니다.
유메노 겐타로:(벽이 있을 때보다 더 거북한 냄새에 소매로 코를 막았다.) 이건...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더 별로군요...
아메무라 라무다:그러니까 내가 말렸잖아. 나는 겐타로를 위해서 그런 건데... (뒤로 슉 숨더니 겐타로 옷자락으로 코와 입가를 막는다.)
보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조각들이 여러 곳에 놓여 있고,
이미 몇 번의 제를 올린 듯 촛농이 바닥에 굳어 있습니다.
동물의 백골 조각 같은 것도 어지럽게 놓여져 있고요.
유메노 겐타로:...제단? (안쪽에 무언가 더 볼 것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정신이 흐트러져서 그런지, 찾을 것도 못 찾겠네요.
노이즈가 심하지만 내용은 얼추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분명 라무다가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메무라 라무다:......(라디오를 듣고 놀랐는지 옷자락을 조금 세게 쥐었다가 아차하고 놓는다.)
겐타로, 여기 냄새 너무 나지 않아? 이만 나가자. 나 머리까지 아파지는 거 같아.
유메노 겐타로:(라디오의 내용을 꼽씹어보다가 라무다의 말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우선은 그러도록 할까요.
뒤늦게 생각해보면 방송을 하던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했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어딘가 힘이 없어 보이는 걸음으로 거실까지 나온다. 뒤따라오는 겐타로를 힐끔 보더니) 이제 궁금한 건 풀렸어? 그렇게 알고 싶어했잖아?
유메노 겐타로:네에, 가장 큰 거는 어느정도 풀린 것 같네요. (해결하자마자 다시 생겼지만. 이전의 기억도 없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으니 참 막막할 따름이네요.)
아메무라 라무다:...시체에 대해서는 안 물어봐? (겐타로의 태도가 그다지 달라지지 않자 오히려 불안해졌는지 옷자락을 스을쩍 쥐고는 제 쪽에서 묻는다.)
유메노 겐타로:...궁금하다고 대답한다면, 알려 줄 건가요?
아메무라 라무다:(어깨가 움찔, 떨린다. 입술을 꾹 깨물며 망설이는 듯하다가)
...비밀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 건 나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뺨을 챱챱 친다. 이내 다짐한 눈으로 겐타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유메노 겐타로:그렇다면, 알려줬으면 해요. 물론 그에 따라 소생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없다시피 하지만... 라무다가 혼자 떠안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싶으니까요. 너무 욕심을 낸 걸까요.
아메무라 라무다:기억을 잃은 겐타로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생각은 없어. 살아서 내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그, 고마우니까. (조금 부끄러운지 살짝 발로 바닥을 휘적이더니)
저 방의 시체는 이 집의 집주인이야. 죽인 건...
겐타로는 누구라고 생각해?
유메노 겐타로:솔직히 말하자면, 라무다... 당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메무라 라무다:응. 맞아. (미움받아도 감내하겠다는 것처럼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그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겐타로에게는 핑계로 들리겠지만...
유메노 겐타로:... ... 뭐, 아예 충격적이지 않다거나, 전혀 핑계로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당신을 이해하고자 노력해보고 싶네요.
그게 당신의 최선이였던 거라면, 그 외의 다른 선택지를 찾기 힘들었다면... 아마 소생도 당신과 같은 행동을 했을지 몰라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소생의 눈 앞에 있고, 소생을 챙겨준 것은 당신일 테니까요. 오히려 고맙다... 고 할 수 있을지도.
아메무라 라무다:겐, 타로... ... (왠지 눈 앞이 핑 돌아 급히 고개를 숙인다. 늘어지는 분홍색 머리카락에 표정을 숨기고는)
사람을 죽여놓고 뻔뻔하게 믿어달라고 하다니. 끔찍하지? 그래도,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보다 겐타로를 지키는 게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
아까 라디오 들었지? 바깥의 공기가 나쁘다는 것도, 3분도 못 버티고 죽는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겐타로가 사실을 전부 알면 날 버리고 혼자 나가버릴까봐. 기억을 잃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응. 사실 했었어.
그래도 겐타로는 내가 살인자라는 걸 알고도 믿어주려고 했으니까. 고맙다고 해줬으니까. 나도 더이상 숨기면 안 되는 거겠지.
유메노 겐타로:라무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아직 소생이 이전에 당신과 어떤 만남을 가지고,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으니 뭐가 어떻다고는 제대로 말할 수 없겠지만, 이곳에서 본 라무다는 정말 좋은 사람이였으니까, 이전의 당신도 분명 좋은 사람이였겠죠. (후후 웃고)
소생이 어째서 당신을 버리고 나가버리겠나요. 당신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까 약속하지 않았나요? 살아 나가면, 같이 운동이라도 하자고. 소생은 벌써 그런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억력이 나쁘지 않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응! (여전히 죄책감과 불안은 남아있지만, 기쁜 감정이 가득한 얼굴로 함빡 웃는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조금 발개진 눈가를 비비적거린다.)
그리고 아직 뷔페도 못 갔으니까! 다이스도 불러서 셋이서 자안뜩 즐기고 오자! 아, 다이스는 우리의 또다른 친구야.
(금세 밝아진 목소리로 종알종알 떠들며 겐타로의 손 마디에 깍지를 낀다. 팔을 살포시 흔들며 겐타로를 철문 쪽으로 이끈다.) 약속을 지키려면 일단 여기를 나가야겠지?
유메노 겐타로:아, 그러고보니 뷔페도 가기로 했었죠. 여러 상황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니 하나는 기억하고 다른 하나는 놓쳤군요. 소생도 좀 더 분발해야겠어요. (네가 깍지를 낀 손을 꼭 쥔다.)
다이스, 왠지 익숙하고...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끄는 것에 저항 없이 이끌려가고)
그렇죠. 라무다는 이곳에서 나가는 길도 알고 있는 눈치인데, 맞나요?
아메무라 라무다:아하하, 엄~청 재미있는 사람이니까 기대해도 좋아.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아까 겐타로도 본 곳이야. 그 희미하던 유리창이 달린 문. 그게 밖으로 통하는 문이거든. (철문을 넘으려는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노이즈에 어깨를 흠칫 떤다.)
잡음이 섞였지만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는 애절하기만 합니다.
아니면 이전까지의 진동처럼 폭발음이었던 건지…
라디오는 더는 송출되지 않습니다. 노이즈만이 들릴 뿐이에요.
유메노 겐타로:...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제 눈앞에 있는 라무다와 라디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엇이 진짜지?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거지?)
...라무다, 묻고싶은 게 있는데요.
아메무라 라무다:...가자, 겐타로. 나가자. (그 질문에는 답해주기 싫다는 듯 손에 힘을 주더니 철문 너머로 걸어간다.)
유메노 겐타로:(어느정도 끌려가는 듯 하더니 발을 멈춘다.) 라무다.
아메무라 라무다:(겐타로가 더는 끌려오지 않자 우뚝 멈춰서더니 몇 초 뒤에야 입을 연다.) ...왜?
유메노 겐타로:...저 라디오에서 나온 목소리는, 당신의 것이 아닌가요?
아메무라 라무다:글쎄?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겐타로는 지금 정신적으로 피곤하니까. 그래서 그런 걸 거야.
유메노 겐타로:그게 사실이라고 맹세할 수 있나요?
아메무라 라무다:(심하게 떨리는 눈을 아주 잠깐 마주쳤다가 시선을 홱 피한다.) ......응. 확실히 말할게.
저 라디오 너머의 사람은 내가 아니야.
유메노 겐타로:(...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요. 소생 눈 앞의 당신? 아니면 저 라디오 너머의 사람? 어느 쪽을 택하든 우리는 밖에 나가야 하고, 그 후에야 다음 장으로 넘어가 어떤 이야기일지 확실하게 밝혀지겠죠. ...그럼에도 고민하는 것은 소생이 당신을 확실히 믿지 못하는 탓일까요? 그렇다면, 소생은...)
...알겠어요. 우선, 계속 가도록 할까요? (이 이야기를 우선은 받아들이는 길을 택하도록 할까요. 이후가 소생의 끝일지, 아니면 당신의 끝일지, 혹은 제 3의 선택지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이게 우리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라무다는 아무 말 없이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안심한 것 같기도 지친 것 같기도 한 미소네요.
흐릿한 유리창이 달린 문의 손잡이에 열쇠를 꽂아넣습니다.
아주 높고, 위쪽에서 희미하게 흐린 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어두컴컴하고 계단의 폭은 아주 높아서 발을 잘못 디뎠다간 넘어지겠네요.
손바닥에 닿은 시멘트 벽의 느낌이 거칠거칠합니다.
여전히 파이프가 어지럽게 벽 위에 매달려 있고,
계단의 끝까지 오르자 벽 하나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힘겹게 한발한발 오르면 그 끝에는 개구멍처럼 보이는 철문 하나가 달려 있습니다.
딱히 잠겨져 있는 것 같진 않으니 힘주어 민다면 열리겠죠.
그와 동시에 문 위에 아슬하게 올려져 있던 무언가가 눈앞으로 툭 굴러떨어집니다.
절단됐다기보단 떨어져 나온 모양새에 가깝네요.
아메무라 라무다:(밑에서 고개를 기우뚱하며 묻는다.) 겐타로, 문 열었어?
유메노 겐타로:......네. 영 반갑지 않은 게 굴러 떨어진 것만 제외한다면 좋은 징조네요. (팔 옆으로 치우려 해 본다...)
코가 마비될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이 지옥도가 현실임을 알려줍니다.
화약과 탄내와 분비물과 떨어져나간 살점이 썩어들어가는…
당신이 있던 곳은 어떤 집안의 마당 부근이었던 듯
주변에 박살난 울타리와 뼈태가 드러난 주택 한 채가 보입니다.
너머로 보이는 몇몇 집이나 건물들은 이곳처럼 무너져 있거나 그을려 있습니다.
목조로 지은 건물들이 대다수인지라 피해가 더 컸던 거겠죠.
아메무라 라무다:(뒤를 따라 기듯이 나오더니 무릎을 탁탁 털고 주변을 둘러본다. 생각보다 더 처참하네. 작게 쯧, 혀를 차곤 네가 충격받지 않았는지 얼굴을 몰래 살핀다.)
유메노 겐타로:...각오하긴 했지만, 확실히 상상 이상이긴 하군요. (눈살 찌푸리고 주변에 살펴볼 것 있는지 찾아봅니다.)
전쟁이라도 일어난 건지 당신의 시선이 닿는 곳은 온통 폐허고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탄 자국이 있는 걸 보니 근처에서 폭발이 있었나 봅니다.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직은 열기가 남아 있어요.
전봇대는 무너져 전선이 모조리 끊어져 있습니다.
버려진 마을이라기보단 버릴 수밖에 없게 된 마을.
멀리 내다보면 마을을 강이 둘러싸고 있고 저편으로는 숲이 보입니다.
숲은 딱 봐도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가기 힘들어보이네요.
길을 걸을 때 잔해뿐만이 아니라 팔다리나 몸통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겠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힘들면 언제든지 쉬어도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말구 천천히 움직이자.
유메노 겐타로:좋아요. 라무다도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요. (폐허 살펴봅니다.)
당신이 나온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입니다.
마치 낙뢰를 맞은 것처럼 한쪽 벽은 무너져 있고
문 앞을 포함해 주변에 잔해들이 잔뜩 쌓여 있네요.
주변 바닥에 윗부분이 날아간 현판이 보입니다.
남은 밑부분을 읽어본다면… 회관이라는 글자만 남아있네요.
유메노 겐타로:마을 회관, 이였던 것 같죠? (들어갈 수 있나 기웃거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면 잔해를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우와, 박살이 났네. 폭격이라도 맞은 걸까나? 아, 우리가 지하에서 느꼈던 진동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유메노 겐타로:...확실히, 중간에 거세게 흔들리기도 했었죠. (창고에서 깔릴 뻔한 거 생각하고...)
이 잔해를 저희 둘이서 치울 수 있으려나요.
아메무라 라무다:안으로 들어가려고? ...왜? (두 눈을 깜빡이며 올려다본다.)
유메노 겐타로:무언가 얻을 수 있는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뭐, 위험해 질 것 같다면 당장이라고 그만두고 물러날 거지만.
아메무라 라무다:그렇게 말해놓고 생존자라던가 있으면 무리해서 구해버리는 거 아니야? 겐타로 의외로 그런 거 못 내버려두는 타입이니까. (그다지 내키지 않는지 잔해를 발로 톡톡 건드린다.)
유메노 겐타로:(라무다가 잔해를 발로 건드리는 것을 보고 후후 웃고) 라무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군요.
뭐, 실제로도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은 들지만, 지금은 마지막까지 가야 할 이유가 있잖아요? 타인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지는 않을 거예요. (아마도.)
아메무라 라무다:뭐어... 겐타로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럼 나도 도와줄게. (비교적 작은 잔해부터 천천히 옮기기 시작한다.)
겐타로나 나나 손이 중요한 직업이니까 조심조심 치우자.
유메노 겐타로:(잔해 조심히 옮겨봅니다...)
근력판정을 몇 번이나 실패한 허약한 두 사람이라도
아메무라 라무다:(덩어리를 끙끙 밀던 손을 멈추곤) 방금 들었어?
유메노 겐타로:네. ...어떡할까요. 솔직히, 그리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왠지 눈에 밟힐 것 같아서 말이죠.
아메무라 라무다:위험한 상황에 굳이 뛰어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우리에게 호의적인 사람인지도 알 수 없고. 마이크도 잃어버려서 이쪽에서 대응할 방법도 없는데...
유메노 겐타로:그래도...... 우선은 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생존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정보 공유를 하기에도 좋을 거고, 무엇보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요.
아메무라 라무다:역시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니까. (아주 조금 원망이 담긴 눈으로 보며 볼을 부풀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아, 한숨을 내쉰다.)
겐타로가 구하고 싶다면 구하자. 목소리 왼쪽에서 들렸던가?
유메노 겐타로:고마워요. 라무다. 만난 이후로 계속 고맙다는 말 밖에 안 하는 것 같지만... 이것들은 전부 거짓말이 아니니까요. (이윽고 당신에게서 건물의 안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랬던 것 같죠. 가볼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으응, (고개를 젓고는)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고맙다는 말이 훨씬 더 기쁜걸. 나는 그런 겐타로의 배려심이 좋아.
(헤헤 웃으며 조금 더 겐타로의 곁으로 다가붙더니) 가자가자~.
폭발에 휘말렸는지 피부가 그을려 있고 살은 짓물렀습니다.
툭 치면 금방 숨이 끊어질 것처럼 얼굴은 창백합니다.
유메노 겐타로:이건... ... (눈 앞의 광경에 잠깐 눈 감았다 뜨고) 살릴 수 있을까요?
아메무라 라무다:바로 의사에게 데려가면 모를까, 우리끼리는...
시선을 사선으로 뒀다가 겁에 질린 듯 갑자기 뒤로 움직이며 고함을 칩니다.
겐타로가 주변을 보면 있는 것은 라무다 뿐입니다.
라무다를 보고 공포에 찬 비명을 내지르던 그 사람은
그대로 달려들어, 겐타로에게 주먹을 휘두릅니다.
몸상태가 최악인 남자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릅니다.
겐타로가 얼떨결에 반항해보지만, 역시 공격이 닿지는 않네요.
겐타로가 제압하려고 시도하면, 남자는 격하게 반항합니다.
물론 힘이 빠진 상태라 어떤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요.
아메무라 라무다:좀, 가만히 있어...! 겐타로한테서 떨어지라구! (남자의 목덜미 부근을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 치려고 해본다.)
왜 둘이서 다친 사람 한 명 제압 못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남자는 여전히 길길이 날뛰며 겐타로의 팔을 덥석 쥡니다.
남자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무너지듯이 비틀거립니다.
겐타로는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팔을 잡아 누릅니다.
유메노 겐타로:이런...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하는 편이 (...) 낫겠어요. 라무다, 어디 다친 곳은 없나요?
아메무라 라무다:나 말고 겐타로 자신을 먼저 걱정해줘. 나는 전혀 괜찮으니까.
유메노 겐타로: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한숨 푹 쉬고)
아메무라 라무다:공격까지 한 사람인데 돌봐줄 의리는 없지? 그냥 놔두고 갈까? ...어차피 곧 죽을 것 같은데.
유메노 겐타로:(자신이 제압한 남자 빤히 바라보고) ...그럴까요. 위협이 되는 사람을 돌봐주기는 별로 달갑지 않으니까요.
...갈까요?
뒤를 돌아나가는 라무다는 어쩐지 심기가 불편해보입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처리할 것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유메노 겐타로:...... (남자를 제압하던 걸 풀고 따라 나선다.)
(주택가로 걸음 옯겨봅니다.)
귓가에서 무언가 퍽, 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먹먹하던 감각이 풀어지고 그 후에 밀려오는 것은
뇌가 급격하게 활동하며 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깨진 둑 너머로 한꺼번에 흘러내리는 기억이 범람해 당신을 괴롭힙니다.
(헐~)
물론 그걸 몸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옆에서 라무다가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걸어오는 게 느껴집니다.
유메노 겐타로:(머리 부여잡고 주저앉은 자세 유지합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당신이 뭐라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네요. (떠듬떠듬 말 해보고)
...그 이후로는 지하의 한 방에서 깨어났었죠.
아무래도 그때의 기억만은 되돌아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공백으로 비워진 상황은 라무다만이 알고 있겠죠.
유메노 겐타로:(머리 잡은 손 떼고 주변 둘러보다가 라무다 빤히 바라보고) 라무다, ... 소생, 기억이 돌아온 것 같아요.
아메무라 라무다:...어? (초조한 손길로 네 등을 두드리다 애매한 한 마디만을 뒤늦게 뱉는다.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에 순간 불안이 서렸다가 지워진다.)
다, 행이다... 나에 대해서도 다 기억 나?
여기 놀러왔던 것도?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유메노 겐타로:...네. 하지만 그 뒤에, 당신과 떨어지고 나서는... ... 아직은 기억나지 않아요.
아메무라 라무다:그렇구나. (곰곰이 생각하더니)
...굳이 떠올릴 필요 없어. 겐타로 뇌가 겐타로를 지키려구 아예 지워버린 걸지도 몰라.
그나저나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엄~청 놀랐네. 정말, 겐타로는 놀래키는 걸 잘한다니까.
유메노 겐타로: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깨 으쓱한다.)
후후, 라무다. 깜짝 놀랐나요? 아무래도, 소생의 연기력은 아직 녹슬지 않은 모양이네요.
아메무라 라무다:그 거짓말에는 안 속아. 그야 겐타로, 어엄청 괴로워 보였는걸.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거 같아서 무서울 정도로.
(여전히 걱정이 남은 얼굴로 겐타로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준다.)
유메노 겐타로:(그 말에 제 머리카락 끝 손가락으로 살짝 만져보고) 이런. 다이스라면 속았을텐데 말이죠~ 이건 조금 아쉽군요. 어쨌든,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으니까, 소생은 괜찮아요.
아메무라 라무다:(단번에 속아넘어가
뭐야! 깜짝 놀랐다고! 라던지 말하는 다이스를 상상하며 비싯 웃음을 흘린다. 하지만 바로 입꼬리를 내리고는) ...걱정 끼쳐버렸네, 다이스에게. 지금쯤 우릴 찾고 있어줄까?
유메노 겐타로:그 사람이라면 분명 그러고 있을 거예요. 자, 저희도 여기에 그냥 멈춰있을 수는 없죠. 다이스가 저희를 빨리 찾을 수 있게끔 이쪽에서도 찾아보도록 해요.
아메무라 라무다:응응, 그래야지. 이제 겐타로 기억도 돌아왔으니까 안심하고 나갈 수 있겠다.
길가에는 주인을 잃은 개들이나 까마귀가 시체의 내장을 파먹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짐승들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어딜 가도 이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미간을 슬몃 좁힌다.)
유메노 겐타로:(표정 찌푸리고) ...이곳에서 더 볼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없다면 빠르게 자리를 뜨는 편이 나을 것 같은 곳이군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핏물과 진액으로 범벅된 흙탕물이
목조로 된 집들은 천장이 허물어져 있거나 벽이 뚫려 있습니다.
계속 거닐다 보면 이런 풍경에도 익숙해지겠죠. ...아마도.
아주 작고, 주의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신이 있었으면 진즉에 우리 손을 들어줬어야 할 거 아냐…"
"그런 소리는 하는 거 아냐. 일단 여기를 뜨자. 다리에 차를 대놨으니까."
"아직 몇 명이나 남았는지 모르는데 그 새끼한테 안 들킬 자신 있어?"
소리를 더 죽인 건지, 내용이 더는 들리지 않습니다.
유메노 겐타로: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아메무라 라무다:대화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앞부분 밖에 못 들었어. 다른 생존자가 더 있었나봐. (아까 공격 당한 거 생각하고 눈 찌풀)
유메노 겐타로:...좀 더 가까이 가서 엿들어볼까요?
아메무라 라무다:들켜서 또 공격 당하면 어떡해. 이번엔 한 명도 아닌 거 같은데. ...마이크만 가지고 있었어도 이런 고민 안 했을 텐데.
유메노 겐타로:하아... 그러게요. 마이크만 있었어도 이런 생각은 안 해도 좋으련만.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존재감이 크네요, 그 마이크.
그럼, 어떻게 할까요... 라무다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
아메무라 라무다:우으음... 이 마을 사람들은 신용할 수 없어. 우리를 납치한 사람들과 한 패일 가능성도 충분하고 애초에 집에 방공호 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평범한 마을은 아니야.
그럼 역시 무시하는 게 상책이겠지. 아, 혹시 겐타로가 복수하고 싶다면 나도 도와줄게!
유메노 겐타로:...우선은 무시하고 지나가도록 할까요. 저희 둘이서 덤빈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니까요. (아까 싸웠던 거 생각함,,,)
아메무라 라무다:...다이스가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다가가봐야 알 것 같지만, 꼭 어떤 신전처럼 생겼습니다.
유메노 겐타로:저기는 또 어디일까요... 라무다, 한번 가 볼까요?
그를 바라보면, 무언가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팔을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그러다 겐타로와 눈이 마주치고 급히 손을 뒤로 숨기네요.
아메무라 라무다:그럴까? 마을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자! 꼭 관광하는 거 같네~. 시체들만 아니었어도 정말 그랬을 텐데.
유메노 겐타로:(라무다가 떠는 거 가만 보다가) 그럴까요. 그러면 이건, 관광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가장 나중에 가는 것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다음은 어디로 가 볼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음, 원래라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라고 했겠지만 여기선 무리네~ 관광이 끝났으면 역시 환승 택시라도 타고 돌아가야겠지.
유메노 겐타로:어라, 벌써 돌아가는 건가요? 소생은 아직 더 둘러볼 것이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메무라 라무다:엣, 어디어디? 신전 보고 나면 돌아가는 거 아니야?
유메노 겐타로:아~ 맞다, 그랬었죠. 이거, 아무래도 소생의 기억력이 슬슬 다이스와 같아지려는 게 아닐까요? 뭐, 그렇게 되어도 나쁘지는 않다고 느낄 게 분명하지만.
그럼, 계속 갈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아하하, 다이스가 옆에 있었다면 분명 바보 취급하지 말라며 화냈을 거라구? (신전 쪽으로 걸어간다.)
건축물 쪽으로 다가가면 점점 윤곽이 드러나네요.
여러 개의 길쭉한 석조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습니다.
뒷편에는 강이 흐르고, 지금까지 봤던 건물 중 제일 크고 마을과는 유리된 분위기입니다.
다가갈수록 비슷한 옷차림의 시체가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습니다.
사람이라기엔 꼭 누군가에게 바치는, 만들어진 공물처럼,
기둥의 양옆에는 지하실에도 있었던 모독적인 동상이
안쪽을 가늠해본다면 지켜보기만 해도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척추가 빼내지고 모든 살점이 발라먹히는 듯한 그런 불쾌한 감각이요.
아메무라 라무다:...여전히 기분 더러운 곳이네.
유메노 겐타로:라무다,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나요?
그, 글쎄, 기억이 안 나네~. 내가 방금 뭐라고 했던가?
유메노 겐타로:(라무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군요. ...당장은 알 수 없어 보이지만.) 아뇨, 아무래도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아요.
아메무라 라무다:(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다른 곳은 전부 박살났는데 여기만 멀쩡하네. 엄청 튼튼하게 지었나봐.
유메노 겐타로:아니면 여기만 의도적으로 피해서 그랬을 리는... 없겠죠. 너무 멀쩡하니 왠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아메무라 라무다:헤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역시 겐타로~.
(안쪽에서 흘러오는 불길한 서늘함에 침을 꿀꺽 삼킨다.) 들어, 갈까?
유메노 겐타로:네. ...가 보도록 할까요.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안쪽으로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진득한 액체가 쩍쩍 들러붙었다 떨어집니다.
아메무라 라무다:다이스가 있었으면 주사위를 굴려서 정했을 텐데. (중얼거리다가)
응응, 역시 고민될 땐 가운데지.
길의 끝에 잠금 장치가 굳게 걸린 거대한 대문이 나타납니다.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유메노 겐타로:이런, 아직은 이곳으로 못 간다는 걸 잘 표현해주고 있네요. (괜히 거대한 대문 통통 두드려 본다... )
열쇠공이나 기계수리 판정에 성공하면 열릴 수도...
유메노 겐타로:(, ,,, ,,,, 기계수리 함 갑니다)
유메노 겐타로
Mechanical Repair
보통
아메무라 라무다:...나무문도 쩔쩔 매는데 철문을 부수는 건 무리겠징?
유메노 겐타로:(아까 나무문이랑 정말정말 힘든 싸움 한거 스쳐지나감...) 아무래도 그렇겠죠. 다른 길 먼저 갔다오면 편이 나을까요...
아메무라 라무다:다음은 어디로 가볼까? 오른쪽?
유메노 겐타로:왼쪽 먼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홀짝이나 마찬가지인 문제긴 하지만?
아메무라 라무다:그으럼~ 가위바위보 하자! 겐타로가 이기면 왼쪽, 내가 이기면 오른쪽. 어때어때?
유메노 겐타로:좋아요. (가위바위보 할 준비,,,)
얏호~! 내가 이겼다! (폴짝)
유메노 겐타로:이런, 그럼 오른쪽 먼저 가도록 하죠. (어쩔수 없다는 듯한 웃음 짓고)
덜 마른 핏자국이 길게 늘어져 있으며 장식물이 군데군데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결합된 것처럼 보이는 살덩이의 군집들 또한 많이 보여요.
그 사이로 같은 옷차림의, 같은 체형의, 같은 생김새의 시체들은
아메무라 라무다:......(입가 막기) 괜히 오자고 했네.
유메노 겐타로:(소매로 코 막고) 이 마을은... 유독 코를 막아야 할 일이 자주 일어나네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당연한 일이라지만...
(더 둘러볼 수 있을지 살펴봄,,,)
...그 앞에 기댄 채 웅크려 있는 한 사람이 보입니다.
모자를 뒤집어 쓰고 당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저것이 전부 그의 피는 아니리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겐타로… 보고 싶었어. 지금까지 찾고 있었어.
그러자 옆에서 굳어있던 라무다가 당신의 팔을 잡아당깁니다.
아메무라 라무다:틀려, 겐타로! 저 자식은...!
유메노 겐타로:(두 라무다 혼란스럽게 바라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대체... 이게 무슨...
아메무라 라무다:내 목소리를 듣고 와준 거야? 기뻐라~.
그런데...
옆에 있는 그 자식은 떼놓고 오지 그랬어.
유메노 겐타로:...그 자식이요? (자기 소매 잡은 라무다 흘끗 바라봄)
아메무라 라무다:(떨리는 손으로 겐타로 팔을 꼬옥 매달린다. 입술을 움찔, 거리지만 말은 나오지 않고)
옆에 있는 라무다는, 확실히 눈 앞에 있는 라무다를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이제껏 겐타로를 찾아다닌 건 나인데... 저 자식이 중간에 가로채간 거야. 나는 이렇게 고생을 해가며 싸우고 있었는데,
유메노 겐타로:(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던가? 사실 이미 짐작하고 있지 않았나?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도, 또 다른 라무다를 만날 것이다- 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바가 아니었나요. 그런데도...)
그게 무슨 뜻인가요. ...라무다.
아메무라 라무다:그대로의 의미야. 나는 이제껏 겐타로를 찾아다니고 있었어. 우리를 방해하는, 빌어먹을 녀석들을 하나하나 죽여가면서. 그런데 그 사이에 저 녀석이 너를 데리고 도망친 거야.
저기, 치사하다고 생각 안 해? 내가 죽을 고비를 몇 번이고 넘기며 이런 시체 투성이인 마을에서 싸우는 동안... 평화롭게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거잖아?
오로지 곁의 또다른 라무다에게만 향해 있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너 따위 살인자한테 겐타로를 맡길 순 없어! 그 자식들에 대한 복수보다 겐타로의 안위가 중요했으니까, ...그래서 데리고 도망친 것 뿐이야.
유메노 겐타로:빌어먹을 녀석들? 그 자식? ...그게 대체 누군데요?
아메무라 라무다:누구겠어. 이 신전에서 살던 광신도놈들이지.
그 자식들이 나랑 겐타로를 납치해서 제물로 삼으려고 했어. 뭐, 결과는 그런 꼴들이 됐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시체들 봤지?
유메노 겐타로:...그 시체들 전부, 당신이 한 건가요?
아메무라 라무다:글쎄? 정확히는 전부
내가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은 없어.
...저기, 겐타로. 여기까지 오면서 이상한 점 눈치 못챘어? 섞여 있는 시체들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던가.
유메노 겐타로:그건... (현재 이 공간에 있는 시체들이나, 아까 전의... 생존자의 이상한 반응. 이상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였지만 알아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었죠.)
...그랬지만.
그동안, 무의식적인 자기 방어로 외면하고 있던 건지도 몰라요
체구, 생김새,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같은 시체들이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과 똑같았습니다.
유메노 겐타로:...전부, 라무다의 얼굴... 이였죠. 대체 왜,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아메무라 라무다:(불안하게 둘을 번갈아보다가 겨우 입을 연다.) ...
100명이었다고 해. 그 신이라는 녀석에게 바쳐야 할 제물이.
그래서, 저 자식 옆에 있는 저 기계로, 우리를 복제한 거야.
하지만 멀쩡히 죽어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난 겐타로를 구해야했고... 그래서 다들 무기를 들고 탈출했어.
아메무라 라무다:그리고 전쟁이 일어났지. 결국 살아남은 건 나랑 저 치사한 자식 뿐이야. (빈 총으로 라무다를 가리킨다.)
유메노 겐타로: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그쪽의 라무다가 이 라무다에게 적대적이였던 거고. 그러면, 둘은... 어떻게 하고 싶은 거예요?
아메무라 라무다:어떻게 하고 싶냐니...! 난 당연히 겐타로랑 여기를 나가서, 시부야로 돌아갈 거야. 그러기로 이미 약속했는걸.
아메무라 라무다: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저 자식이랑 같이 가는 건 절대 사양이야.
유메노 겐타로:제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 이겠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어나길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그거야 소생이 가장 잘 알고 있죠. 이 소설가는 이런 것 정도야 금방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 것은, 외면한 것일까요, 아니면 방관한 것일까요? 어느 쪽이든 이제 와서 따져야 늦었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소생이 하는 선택지가 이 이야기의 결말부의 서술을 바꾸는 것이라면. 소생은...)
... (말 없이, 제 팔에 매달린 라무다의 손을 잡았다. 이게 옳은 선택이 될 수 있을까? 형.)
아메무라 라무다:...! (손에 온기가 느껴지자 어깨를 움찔, 떨며 몇 초 굳어있더니 고개를 위로 향한다. 발갛게 번진 눈가. 울음기가 서린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른다.)
겐타로...
...고마워.
겐타로가 곁의 있는 라무다의 손을 잡자, 다른 그가 눈썹을 들썩입니다.
아메무라 라무다:...겐타로. 지금 실수하는 거야.
여태 너를 위해서 힘 써온 건 나야.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는 나오자마자 죽어버렸을 거라고.
유메노 겐타로:...네. 확실히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람은 정에 약한 동물이라고들 하지 않나요. 사실은 당신도 함께 데려가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 이쪽의 라무다가, 저와 함께해 준 이쪽의 라무다가 조금 더 눈에 밟혔다고 한다면, 그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미안해요, 라무다. 그치만 이게 제 최선이예요.
(슬픈 듯 휜 눈꼬리를 접어올려 웃는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나게 될까? 내가 한 선택이 정말 옳은 길이 될 수 있을까? 형이라면 더 맞는 것을 택할 수 있었을지도. 하지만 나는 이게 최선이고, 이게 소생의 의지... 니까요.)
겐타로의 말을 들은 라무다는 허탈하게 웃습니다.
굉장히 지치고, 굉장히 피곤해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는 아직 저렇게 아픈 표정을 지을 줄 아는군요.
아메무라 라무다:함께해준 내가 눈에 밟힌다라... (말끝을 푹 떨어뜨리며 그 말을 곱씹더니) 정이 많은 겐타로가 좋았는데, 그게 지금만큼은 미워지네.
그래. 마음대로 해. 겐타로가 그 선택지를 고르기로 마음 먹었다면, 나로서는 바꿀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만 알아줘.
...너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어.
유메노 겐타로:... ...네. 그렇기에 소생은 당신을 기억하겠죠. 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아주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기억할, 아메무라 라무다라는 한 명의 인간으로.
지나치게 자상한 사람이 되게 해서, 당신을 택하지 않아서 미안해요. 언젠가 아주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꼭 당신을 떠올릴게요. ...아메무라 라무다라는 이를 기억할게요.
겐타로가 그렇게 말하면, 라무다는 눈썹을 찡그리며 웃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네 자리를 뺐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나도 확실한 아메무라 라무다니까. 하지만 미안하다고도 생각해. (겐타로를 잠깐 올려다보았다가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적어도 행복한 미래가 되길 바랄게.
그저 뒷짐을 지더니, 몸을 빙글 돌려버리네요.
(이제까지 온 길의 반대편으로 걸어갑니다.)
라무다는 힐끗 고개를 돌려 또다른 자신을 봤다가
유메노 겐타로:(주변의 수많은 시체들을 흘깃 쳐다보다가, 중간부터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고 걷습니다. ...계속 봐서 좋을 건 없을 테니까요.)
아메무라 라무다:이제 마을을 나가야겠지? 다리를 건너서 숲을 빠져나가면 될 것 같은데. (또다른 자신을 만난 탓인지 조금 힘이 빠진 어조로 말한다.)
유메노 겐타로:(그런 라무다의 손을 꼭 잡고) 네. ...이제 정말 끝이면 좋겠네요. ...어서 가죠.
그 위로 올라가본다면 물 흐르는 소리가 발 아래 들릴 뿐이에요.
강은 수심이 깊어보이진 않지만 비가 온다면 금방 불어날 것처럼 폭이 좁습니다.
유메노 겐타로:저 차를 타고 가면 되는 거겠죠.
아메무라 라무다:어래, 저거... 겐타로 차 아니야?
겐타로가 차를 보면, 확실히 자신의 차와 똑같은 차종입니다.
유메노 겐타로:확실히... 그렇지만 이게 왜 여기에? 일단은, 타고 갈까요.
뒷좌석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일회용 식량과 약간의 금전이 든 지갑이 놓여져 있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문을 벌컥 열고 조수적에 올라탄다. 차에 앉자마자 며칠새의 불안감이 탁, 풀려 몸에서 힘이 빠진다. 졸려... 눈을 부비며 겐타로를 본다.)
운전할 수 있겠어? 일단 겉으로 차에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유메노 겐타로:네. 가능할 것... 같네요. 라무다도, 피곤하다면 잠시 쉴 수 있는 셈이 될 거고.
다만 우리가 위치해 있는 장소는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지도에도 잘 잡히지 않는 외진 마을인 거겠죠.
다만 도착지는 자동으로 설정해둔 듯 경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설정된 도착지의 이름은... '집'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메무라 라무다:(자꾸만 감기는 눈가를 손바닥으로 덮고 한참을 있더니) ... ...고마워, 겐타로. 날 선택해줘서.
유메노 겐타로:저도 고마워요. 이제까지 저와 함께해줘서. (그런 라무다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는다.)
아메무라 라무다:우리... 오늘 계속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만 하네. (겐타로를 따라 웃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 말고는 이 감정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걸. 무섭고, 지치고, 차라리 전부 포기하고 싶었어도. 너 때문에, 네가 있어줬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하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자, 돌아가자.
유메노 겐타로:네, 돌아가도록 하죠. 저희의 시부야로. (그렇게 말하며 차에 시동을 건다.)
복잡하지만, 그래도 숲에 들어오니 좋긴 하네요.
비포장도로인 덕에 차는 심각하게 덜컹거립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방향이 제대로 잡혀 있다는 거겠죠.
중간중간 풀이 타이어로 인해 밟힌 자국이 있습니다.
길이 한 방향뿐인 걸 보면 당신들이 숲에서 길을 헤매고
멀미를 꾹 참고 빛이 드는 방향으로 달려나가면
그 다음은 어디로 가든 당신과 라무다의 마음이니까요.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한 약속도 지켜야 하니까요.